지누션의 전화번호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한참 유행하던 음악이었다. 이런 류의 약간 시건방진 랩스타일의 음악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새벽엔 아무 생각없이 이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그 시절 자주 드나들던 지하에있던 어둡고 담배냄새나던 카페가 기억난다.
당시의 나는 담배를 피지 않았다. 지금도 많이 피는건 아니지만 그 시절엔 교복을 입고 카페에 출입했었기 때문에 절대로 담배에 손을 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교복을 입고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구차하게 선배의 주민등록 증을 빌리거나 소위 '뚫린다'라고 불리는 구멍가게에서 담배를 힘들게 사던 친구들이 바보같아 보였으니까.
그래도 이 노래와 함께 기억나는건 내가 선물해준 향수를 줄기차게 뿌리며 나와 정분을 나눴던 여자. 당시에 꽤 인기있는 여자로 많은 후배들에게 '오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외모가 호감형이었다. 물론 나에겐 애정결핍에 교태가득한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여자는 에스프레소 콘파냐같은 여자였다. 쓰디쓴 에스프레소같은 플레이를 자주 선보이고(내입장에서) 정작 본인은 달콤한 생크림으로 무장한 그런 여자였다. 가장 날 질리게 한건 매 순간 외로워했고 무엇이든 절대로 혼자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한번 주장하기 시작하면 물러섬이 없고 인기가 많아서 거만했다. 한100일정도 만났을까 이래저래 질리고 헤어졌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그 여자는 나의 성실함, 가령 시험기간엔 절대 공부해야하고 수업시간에 문자따윈 안하는 모습에 질리고 나는 그녀의 끝도없는 애정결핍에 지쳤다. 자립심 부족과 더티플레이 역시 한몫 한것 같긴하다. 일단 이리저리 꼬리는 참 잘 치고 다녔어.
그래서 전화번호 라는 노래와 그 여자가 무슨 상관이냐고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 여자와 나는 이 음악에 맞춰 키스를 참 많이했다. 물론 키스 이상도. 박자와 리듬이 참 좋은 음악이야.
간만에 그 여자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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